이북 리더
안녕하세요. IT 제품에 관한 첫 번째 포스트를 올립니다.
이북 리더(e-book reader)에 관한 글이며, 이 글이 제품을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북 리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북 리더 제품들이 꾸준히 시장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아마존의 킨들’ 이 있을 것이고, 한국에는 ‘이퍼브의 크레마’와 ‘교보의 샘’ 제품이 있겠네요. 또한 당신은 태블릿 PC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애플의 아이패드’ 부터 ‘삼성의 갤럭시 탭’, ‘엘지의 옵티머스 패드’, ‘화웨이 미디어패드’ 그리고 인기가 상승중인 ‘MS의 서피스’도 있습니다. 이북을 이용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기기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의 스마트 폰으로도 이북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네요. 대화면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책을 읽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화면입니다. 정말로 이북 콘테츠를 이용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태블릿PC나 이북리더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렇다면 이북을 위한 기기를 구매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이북리더와 태블릿 PC의 차이점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일 겁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이북리더에서는 우리는 고작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서를 제외한 다른 것은 할 수가 없습니다. 이북리더는 단지 책을 읽기 위한 제품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시다시피 태블릿 PC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것의 대부분이 가능합니다. 문서를 작업하는 것부터,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인터넷을 서핑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한다면, 우리는 게임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위한 작업은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 뿐 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태블릿 PC에서는 단지 하나의 옵션인 것입니다.
독서라는 단지 하나의 기능은 이북리더에게 큰 단점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많은 독자적인 전자기기들이 사라져왔고,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으로 흡수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 때 전자사전을 들고 다녔고, mp3 플레이어를 휴대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음성녹음기와 개인용 미디어 플레이어(PMP)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 각각을 소지하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시대에서 과연 누가 그런 기기들을 구매할까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아닌 아이팟을 구매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습니다. 모든 기기들은 우리의 태블릿과 스마트폰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이북 리더는 미래에도 독자적인 제품으로 존재할 것이고 더욱 더 발전되며, 대중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북리더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이북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분들은 이북리더를 구매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앞에서 사라진 전자기기들의 예들에 반(反)하여,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지적과 같이 핸드폰 사진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지만, 카메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핸드폰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의 DSLR을 장만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우리가 생각해보고, 논의해야할 대상입니다. 이북리더와 태블릿의 관계는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관계와 꽤나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럼 이북리더 논의에 대한 힌트를 얻기 위해 먼저, ‘왜, 디지털 카메라는 다른 기기와는 달리 여전히 존재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분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DSLR과 다른 기기의 차별성은 무엇일까요? 답은 시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일을 하고,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사진을 찍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잘 나온 사진을 얻기 위해 작가는 빛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구도를 조정하며, 각각의 사진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합니다.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말입니다. 그러한 과정은 매우 높은 집중을 필요로 하고, 가끔은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직업이든 취미이든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원하는 사진을 찍을 때는 누구나 온갖 신경을 쏟아 붓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전자사전이나 음성녹음기를 살펴보면 우리는 그다지 높은 집중력과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않습니다. 단어 ‘집중’을 검색하기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하진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의 음성을 녹음하기 위해 우리가 딱히 신경 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또는 짧은 시간 동안만 그들을 이용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설치된 것들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조금은 다른 상황입니다. 아, 물론 일상생활에서 찍는 셀카(selfie)나 노트 필기가 귀찮아서 찍는 칠판 판서 같은 경우는 제외하도록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런 것들은 크게 집중이나 감정을 담아야만 하는 사진이 아니니까요. 그저 찍으면 됩니다. 저희가 고려할 상황은 갓난아기를 찍을 때나, 가족사진, 아름다운 여행지의 추억, 초저녁 석양을 가만히 바라보는 상황들을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꼭 기억에 남을 만한,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다시 집중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가서, 그러한 상황을 찍고 싶은 민수의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소중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 어플을 이용하려 합니다. 각도에 따른 빛의 변화를 감지하고, 구도를 조정하는 건 기본입니다. 온갖 집중을 쏟고 있는데, 이런! 친구에게 문자가 오는 군요. 언제 한 번 만나자고 합니다. 게임 어플에서는 다시 접속하라는 알람을 친절히도 보내주고, 페이스북은 좋아요가 눌려졌다고 좋아합니다. 다시 집중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단체 채팅방에서는 쉬는 시간 없는 듯 계속 톡이 오가고, 트위터는 짹짹거리는 것이 도통 집중을 허락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습관처럼 인터넷 브라우저 아이콘에도 손이 자꾸만 가는건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인터넷 서핑을 한참 하고 난 후에야 사진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합니다.
물론, 항상 이런 상황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핸드폰에는 집중을 방해하기 위한 다양한 요소가 너무도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방해요소들은 원래의 목적을 잊을 만큼 충분한 재미요소를 제공합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읽다가 게임이나 SNS를 하고, 쇼핑을 했던 경우를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태블릿도 예외가 될 순 없겠습니다. 큰 스마트폰과 거의 다를 게 없으니까요. 집중을 요하는 작업은 모든 기능이 모여 있는 디바이스에서 적합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오랫동안 집중 시간을 요하는 작업일수록 더욱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앞의 사진 예시가 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충분한 이유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고3수험생들이 스마트폰대신 옛날 피쳐폰과 PMP를 따로 소지하는 이유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기능을 가진 디바이스는 집중을 다양한 곳에 분산시키는 데 탁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사진촬영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나중에는 DSLR을 구매하는 이유는 비단, 더 탁월한 성능 때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북리더도 카메라와 크게 다른 상황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서가 보다 오랜 시간 집중을 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보다 더욱 우리의 집중이 분산되기에 적합한 작업입니다. 특히나 요즘, IT발달로 인해 손쉽게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그만큼 한 가지 정보에는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정보들에 빠르고 조금씩 집중하는 데 익숙해 진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길어야 1분 안에 볼 수 있는 짧은 정보들로 가득 채워져 있고, 방송 전체 보다는 일부분을 보는 데 더욱 익숙합니다. 반면에, 독서는 짧은 텍스트가 아닙니다. 짧은 콘텐츠들의 인기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장문의 글이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몇 번의 클릭만 해도 재밌고 금방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가 넘쳐나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은데, 그것도 모자라서 그들이 친절하게 알람까지 제공한다면 과연 집중하는데 방해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책만 읽을 수 있다는 특징은 이북리더에게는 장점이 됩니다. 저는 이북리더를 이용한 독서 시간이 더욱 많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합니다. 책을 좋아하고, 이북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북리더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이 밖에도, 이북리더와 태블릿 사이에 다른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한 가지만을 더 짚어보고 포스트를 마치려 합니다. 디스플레이입니다. 이북리더와 태블릿은 기본 적인 디스플레이 방식이 다릅니다. 대략적으로 태블릿은 OLED 또는 IPS, 이북리더는 전자종이(잉크패널)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류가 됩니다. 사실, 앞의 집중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제품 자체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디스플레이 방식을 제외한 메모리 용량과 속도는 점차 발전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많은 분들이 어떤 디바이스를 구매할지 선택하기도 합니다.
태블릿의 디스플레이는 아몰레드를 선두로 각종 광고 매체에서 많이 보아왔기에 익숙하실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는 선명하고 또렷한 화면을 보여주는 데 상당한 능력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선명한 화질과 또렷한 이미지는 눈을 금방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습니다.(이 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조금 있으나, 개인적으로 저는 피로한 것에 동의합니다.) 그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북리더에 적용된 잉크 패널이 가장 대표적이고 OLED나 IPS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전자종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다루진 않을 것입니다만,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흑백인 것과 잔상이 남고,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흑백과 반응속도는 떠올리기 쉬우실 수 있지만, 잔상은 낯설 수 있습니다. 전자종이의 방식은 쉽게 생각하면 페이지를 넘길 때, 기존 글자를 지우고 새로운 텍스트 (잉크)들을 화면에 뿌리는 것인데, 잉크를 지우는 과정에서 기존의 글자 잔상이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북이 독서를 위해 만들어진 것임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아닙니다. 시각적으로는 종이 책을 읽을 때 뒷장의 글자가 살짝 보이는 것 같은 효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점이 좋게 느껴집니다. 단점으로 꼽히는 다른 기능들 모두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본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의 흑백 방식도 컬러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들이 연구되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흑백과 컬러는 미래에는 단지 개인의 선택문제 일 것입니다.
잉크 패널과 OLED, IPS에 관한 차이는 워낙 대조적이라, 많은 블로그와 미디어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이북과 태블릿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잉크 패널을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의 태블릿 디스플레이에서 눈의 피로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LG의 ‘리더모드’와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그 예입니다. 이런 기술들을 보면, 일반 디스플레이에서도 편안한 독서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은 점점 진보하고 있고, 나중에는 잉크 패널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북리더의 잉크패널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저희가 받을 수 있는 부가적인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이북리더와 태블릿의 차이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차이입니다. 앞으로 이북에, 음악 재생과 인터넷 브라우저 기능이 들어갈 수 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인기 있는 제품은 독서 자체의 목적에 맞는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디바이스일 것입니다. 아마존의 킨들은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한손으로 독서를 하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편안하게 앞장과 뒷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입니다. 독서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제거하고, 집중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발전할 이북리더는 분명 계속해서 나올 것입니다. 이 점을 확신하고, 그런 기기를 기대하며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오피니언 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모바일 IT 기업들은 카메라 시장에 뛰어드는가?’에 관한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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